칼의 종류와 제작법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청동기 시대였습니다. 대장장이들이 역사에 출현한 그 무렵이었지요. 장인의 시대였던 중세, 금속과 불꽃, 망치를 사용하여 꼭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내는 대장장이를 사람들은 마술사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대량 제조 시스템이 정착하며, 장인들의 역할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지요. 한국의 대장장이들은 건설과 공예 등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다른 분야로 흩어져갔습니다. 한밭 대장간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칼 가는 일을 시작했어요. 예전 한국 대장장이들은 칼을 가볍게 생각했어요. 낫이 부러지면 그걸로 칼을 만들었죠. 그런데 그게 아니잖아요. 요리사들에게 칼은 자신의 분신과 같아요.”

한밭 대장간 앞에는 아침부터 서너 명씩 손님들이 줄을 섭니다. 수산시장의 상인부터 전국 각지의 셰프, 주부, 조리학과 학생까지 다양합니다. 21살부터 아버지 밑에서 칼을 배워 이제 칼을 잡은지 11년. 이제 연마 실력만큼은 아버지를 뛰어넘은 ‘칼 갈이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다치면 병원을 가듯, 칼이 다치면 저희 가게에 옵니다. 가정집의 샤프너로는 복구가 안 되는 큰 부상도 치료하는 일종의 대형병원이랄까요?” 아무리 갈아도 더 이상 처음만큼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을 때 찾는 곳입니다. “오래된 칼도 새 칼처럼 마감 퀄리티를 지켜요. 여기 즈윌링 미야비처럼 비싸고 좋은 칼은 거울처럼 빛나게 경면 처리를 하죠.”